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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권정남] 소머리국밥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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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03회 작성일 11-01-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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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를 말아 먹는다
목젖으로 내려가는 뜨거운 긴 여정
해빙기를 맞은 위장이 강물처럼 술렁이는데
숭덩숭덩 국물에 떠다니는 파를 씹다가
뚜벅뚜벅 풀밭을 거닐던 소의
고고한 사색을 후르르 마시다가
두 개골로 우려낸 그의 철학을 음미하다가
성실했던 그의 노동을 떠먹다가
천정을 향해 성화처럼 타오르고 있는
국밥집 난로를 쳐다보며
뿔로 치받던 꼿꼿한 자존심을 떠올리다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팔려 나가던
빈 외양간 울음소리를 기억하며
찝찔한 눈물을 삼키다가
도살장 앞에서 충혈 되었을
동굴 같은 눈망울을 생각하다가
해질녘 논두렁에서 흔들리던 맑은 종소리
그의 노래를 더듬어 가다가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확확 불을 쏟아 붓듯이 내려가고 있는
뚝배기 소머리 국 그릇 앞에서
오소소 한기가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