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권정남] 일주문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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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라는데 문이 없다
닫혀있는 듯 열려있는 허공이라
두 개 나무기둥만
누각을 떠받들고 있을 뿐
문 밖에서 들여다보는 문안은
환하게 연꽃 핀 궁전이 듯 고요가 물결처럼 일고
부처는 입 다물고 있는데
사람이 가야 할 길을 바람이 손짓하고 있다
고통도 일주문 안에서는 윤기를 더한다는데
절 안으로 들어가는 갓 길에
불두화 몇 번 피고 지는가 싶더니
잠깐사이 어린나무 고목이 되고
보살들은 기왓장에 번뇌를 새겨 넣고 있다
돌아보니 사방 절 짓는 소리
열림도 닫힘도 아닌
일주문밖 경전 같은 허공 앞에서
마음 속 문빗장을 따지 못해
서성이고 있는 그림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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