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권정남] 칠순 텔레토비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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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병원 휠체어에
텔레토비 인형이 강보에 싸인채 들어오고 있다
버턴을 눌리면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인형처럼
수다스럽다
이승과 저승, 현실과 과거의 경계가 무너진
캄캄한 혼돈에서
칠순고모는 치매의 강물에서 허우적 거린다
꽃 새댁 시절
모진 시집살이를 아직 기억하는지
캄캄한 동굴에 순도 높은 햇살 스미듯
반짝 제정신 돌아오면 친정집 주소 들고
보따리 싸서 문을 나선다는
오늘도 죽은 자와 산자를 구분 못한 채
이승에 없는 남동생만 애타게 찾다가
새초롬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는
저 고독한 우물을
쬐그맣고 하얀 칠순 텔레토비 인형
도우미 손잡고 휠체어에 실려 나가며
내가 누구 인지도 모른 채
해실해실 웃으며 손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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