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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권정남] 붉은 색, 그 설레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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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00회 작성일 11-01-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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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고추 가루를 거실에 쏟았다
쏟아진 고춧가루 위에 아침 햇살이
실뱀처럼 기어오르고 있다

붉은 색, 그 설레임

해당화 꽃그늘에 숨어
아무도 몰래 첫 생리를 하던 날
자전거 벨 소리 끝 던져주고 달아난
첫사랑 고백, 붉은 혈서血書가
스무 대여섯 살적 베개 머리 밑에
시집가라며 넣어주던 할머니 부적이
중년 어느 날 머리카락처럼
뭉턱뭉턱 떨어지던 서귀포 앞 바다
동백꽃을 바라보며
그 홍건하던 현기증이

아침 햇살 환한 거실 바닥에
쏟아진 고추 가루를 보며 생각한다
삶의 한 귀퉁이에서
한 때 나를 섬뜩하게 했던
실뱀처럼 스멀거리던

붉은 색, 그 설레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