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지영희] 설악산로4번길
페이지 정보
본문
설악산로4번길엔 없는 소리가 산다
간간이 지나는 좁은 자동차 소리가 낮은 돌담에 부딪히거나
지팡이 자국 위로 노인의 기침이 뎅강 떨어져 쓰러지거나
늦은 등굣길 아이들의 발소리들이 황급히 돌담을 꺾어 갈 때만빼고
없는 소리가 산다
바람이 큰길을 벗어나 잘못 접어들 때마다
돌담에 등을 문지르고 갈 수 밖에 없는 낮은 길
뒤집어지고 떨어져
바람이 버림이 되어야 나서는 길엔
잘 빗겨진 풀들이 평화롭게 하늘거리는데
내 귀에는 버려야 할 소리들이 아우성이다
햇살이 쌓이는
없는 소리가 사는 낮은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한없이 가려워지는 귀를
푸른 이끼가 숨 쉬는 돌담에 문대어
골목을 나설 땐
양갈래길에 서성이더라도 푸른 숨소리이고 싶다
없는 소리이고 싶다
설악산로4번길에 쌓인 햇살을 폭폭 밟는.
- 이전글[시-지영희] 오래 된 설악산 11.01.04
- 다음글[시-김영섭] 생가 터에서 1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