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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지영희] 설악산로4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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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92회 작성일 11-01-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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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로4번길엔 없는 소리가 산다
간간이 지나는 좁은 자동차 소리가 낮은 돌담에 부딪히거나
지팡이 자국 위로 노인의 기침이 뎅강 떨어져 쓰러지거나
늦은 등굣길 아이들의 발소리들이 황급히 돌담을 꺾어 갈 때만빼고
없는 소리가 산다
바람이 큰길을 벗어나 잘못 접어들 때마다
돌담에 등을 문지르고 갈 수 밖에 없는 낮은 길
뒤집어지고 떨어져
바람이 버림이 되어야 나서는 길엔
잘 빗겨진 풀들이 평화롭게 하늘거리는데
내 귀에는 버려야 할 소리들이 아우성이다

햇살이 쌓이는
없는 소리가 사는 낮은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한없이 가려워지는 귀를
푸른 이끼가 숨 쉬는 돌담에 문대어
골목을 나설 땐
양갈래길에 서성이더라도 푸른 숨소리이고 싶다
없는 소리이고 싶다
설악산로4번길에 쌓인 햇살을 폭폭 밟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