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지영희] 오래 된 설악산
페이지 정보
본문
봄빛에 꽃들이 날아다닌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스물일곱 된 내가
나무 옆에 서 있다 비선대를 건너고
서른 셋 된 내가 아이를 배에 넣고
피곤한 기색 입꼬리로 밀어내며 사진을 찍는다
오래 된 설악은
수많은 사람들을 되부르는데
간혹 빈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돌 뒤나 나무 사이에
잊혀진 나를 숨겨두었다가
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을 뿌리는 척 지난 나를 보여 준다
가끔은
스물일곱이 되어 내려오기도 한다.
- 이전글[시-지영희] 비룡폭포, 숲 속으로 뛰어들다 11.01.04
- 다음글[시-지영희] 설악산로4번길 1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