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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지영희] 사는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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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62회 작성일 11-01-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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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창문 쪽으로 비켜있던 우리 집 변소는
어두웠지
숨도 참고 들어가야 했어
가끔 피가 떨어져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정말 귀신이 살지도 모른다고 여겼지
여름이면 마당가에 달린 붉은 꽈리 따다가
변소에 앉아 말랑해질 때까지
어둠이 먼저 지쳐 밑으로 다 빠져들 때까지
노래를 불렀어
실기대회가 있기 전날에도 불렀어
꽈리가 얇아 터지도록
엄마 나이보다 더 먹은 지금에도 노래를 불러
꽈리 울림이 샤워기를 타고 목을 흘러내릴 땐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있을 때야
앞집 사람들 오빠들 남편 엄마 내 아이들 뒷방고모 우리 통로사람들
뒤엉켜 청중인 셈이지
성대가 말랑해져 숨만 쉬어도 꽈리가 울려져야
밑으로 빠져들었던 어둠까지 홈빡 살아나는 거야
한 번씩 그렇게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