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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지영희] 달이 심상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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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47회 작성일 11-01-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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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달은 심상찮았어요
우울하게 시작되는 영화처럼
검은 구름 한 자락 걸치고
나올 듯 말 듯 훤한 내음만 뿌리고 있었지요
까칠한 목줄기 너머
까페라떼 한 모금이 문득 눈물로 삼켜질 때
찻창 오른쪽 위 구석으로 얼핏 지나갔지요
지난 딱지들이 터지면서
강낭콩 뿌리처럼 불끈 일어서는 걸
꿀꺽 눌렀지요.

삶이란 참 그렇더군요
두더지 게임처럼
한 쪽이 즐거우면
뭉쳐진 슬픔으로 어둠 속에 잠겨 있어야 하는 거
고장 날 때도 있지요
아무리 내리쳐도 들어가지 않는 절망과
햇살 뽀얗게 바르고 빤히 보는 두더지
딱히 좋고 나쁨으로 구분할 수 없는 사랑처럼 말이죠
검은 구름이 덮으려는지 벗겨지려는지
달이 품어드는지 벗어나는지
바로 보아야 할 앞길에 먼저 가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