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채재순] 밭 매기
페이지 정보
본문
아랫도리가 빠질 것 같고
허리가 끊어지려나 봐
묵히고 묵혀온 말 내뱉은 당신
밭매기를 심하게 하셨냐는 의사 말에
한동안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시던,
쭈그려 앉아 자식 낳고, 중풍 걸린 남편 병수발하고
장터거리에서 고춧가루 내다팔고,
늘그막엔 손녀도 돌봤으니
밭매기의 연속이었지
더 이상 그런 자세로 일 하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딸 셋, 아들 셋 낳아 아들 둘 잃고
건기와 우기를 독하게 건너온,
호미질 자세로 김매며 견뎌온 날들
오늘도 새벽밥 안치고,
쭈그려 앉아 손빨래를 하고 있는
팔순의 손길
- 이전글[시-채재순] 그렇게 그렇게 11.01.05
- 다음글[시-채재순] 천적 1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