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채재순] 산이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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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나기 지나간 오후
구름과 바람이 버무려지면서
순식간에 깊은 골짜기로 몰려 들어가는,
나뭇가지, 나뭇잎마다
영롱한 물방울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반짝이는 저걸 뭐라 해야 하나
그만 아득해져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는
쌀쌀한 가을 어느 날
왁자하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뒤돌아보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고드름끼리
툭툭 치며 바람과 놀고 있더라고
그 순간만이라도 시인이었으면 했다는 산사람
칠십 평생에 새겨진
산 굽이굽이, 벼랑들
바람 냄새나는 머리칼
구름 냄새나는 발걸음
지금 그는 앙상한 노거목에 번지는
해를 바라보는 중
축복에 눈부시게 떨며
또다시 절정의 시간을 꿈꾸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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