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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김향숙]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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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58회 작성일 05-03-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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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낡은 유모차에 실린 잠투정 심한 아기의 울음이
문이란 문 다 열어젖힌 온 동네
골목길을 여기저기 돌아 나온다
오래 전 수리를 부탁한 선풍기조차
집 나간 남편처럼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 단칸 셋방
큰 아이는 뒤척이다 혼자 잠이 들었다
모기향 타는 냄새가 나는 낮은 창문들마다
텔레비전의 푸른빛이 어른거리고
간간이 수돗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낮과 밤이 바뀐 갓난아기와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잠든 큰아이와
이 더운 밤 어디선가 외롭고 고단하여
아직 잠들지 못했을 남편을 위한
낮은 목소리의 기도
자장자장 우리아기 자장자장

밤나방 가로등을 피해 덜컹이며 들어선 어둔 골목길
끈적이는 귓전에선
모기들이 잉잉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