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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채재순] 농담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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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80회 작성일 11-01-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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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됐어, 더 하긴 개뿔

대체 뭐가 문제야?
그 농담을 지어낸 건 내가 아니라 말야
난 그걸 팔고 있었을 뿐이야

분장 지우고 변장을 한 후
농담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 코미디언

선술집을 들러
농담 닷컴을 지나,
동네 성당 신부님을 만나고

농담은 어디서 왔는가?

모자 쓴 남자가 탄 요트를 지나
등대를 돌아
바다 가운데 우물 계단으로 내려가서
당도한 지하 광장,
총 맞을 각오로 나선 농담 도전자

농담이 태어나는 곳*은 웃음기라곤 없지
생명을 담보로 태어나는 농담
덜 웃긴 자에게 권총이 발사된 후에야
완성되는 안도의 한숨
절대농담; 모든 사람을 웃기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농담을 위해 죽어간 순교자
농담을 들을 때마다
농담을 할 때마다
대의를 위해 죽어간 유머리스트를 기억하라!
예리한 허공을 가르는 농담
허를 찌르는 농담
웃음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농담
더 수준 높은 농담으로 공격해야 살아남는 광장

잡담 가득한 세상에 보급할 농담을
만들 수는 있으나
누구도, 만든 이가 누군지 몰라야 하는
정곡을 찔러 병도 고칠 수 있다는
농담의 위력
최후의 농담은
집중 조명 아래에서 시작되지
도전자는 무너지려는 웃음 둑을 지탱해야 하지
더 강도 높은 농담과의 싸움이 끝나기 않았기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단편 소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