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장승진] 매월대(梅月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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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던 색을 버린
늦가을 복계산 자락
스스로 벗고 비워
성스러워진 나무들 사이
가랑잎 하나로 걸려있는 짧은 해
검붉은 비분(悲憤)을 폭포아래 빨아 널고
층암절벽 위에 바둑판을 새겨 넣던 사람들아!
노래는 어디 가고
칼바람에 점점이 날리는 새들
칠백년 전 던져버린
바둑돌인 듯 ……
여기서
얼마나 더 오래 낡고 삭으면
유순해진 바람결
달빛에 매화꽃 벙그는 봄
무심(無心)으로 기다릴 수 있을까?
* 매월대 :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에 위치한 조선초 생육신 매월당 김시습과
8현인들이 은거하였다고 전해지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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