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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장승진] 아! 한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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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79회 작성일 11-01-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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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정상까지
난 아무래도 바다를 끌고 갈 수 없다
파도치는 오늘
물거품으로 주저앉은 발목 위를
태연하게 밟고 지나는 바람
바람 부는 날은
한계령 더욱 멀고
멀어지는 너의 거리만큼
가슴 속 파도소리 슬프다

겨우내 웃자란 내 키로는
나무들을 만날 수 없다
소금보다 더 하얀 새 순 틔우며
그들과 함께 서서
그윽한 산등성이들을 바라볼 수 없다
안개로 제 몸 가리는 길을 따라
칼날 세우고 바람 가르는 산죽들
아아 죽은 게 딱지 위에도
햇살 싱싱한 사월이면
한계령 단단한 나무 곁에 앉아
물오르는 풀꽃이고 싶다

이제까지 넘나든 한계령
키 큰 파도의 꿈 뿐이었다
갈매기도 넘지 못하는 거기엔
늘 설레임의 구름이 괴고
희디흰 안개꽃 피어
넘치는 파도를 잠재우고 있었다
산 그리메 푸른 여름 오면
소낙비로나 봉우리 오를까
발목 시린 오늘
나는 나를 끌고 거기에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