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이구재] 서글픔의 독 바른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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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날개 저어
하얗게 내리는 달빛
숲은 은파에 취해있다
마른 풀잎처럼 누워 있는 환자에게
쉼없이 주사액은 들어가고
보조침대에 누운 나에게는
달빛이 쏟아졌다
서글픔의 독 바른
화살촉의 월광
금단의 열매라도 따먹은 듯
두려움에 온몸이 움츠러든다.
희, 노, 애, 락을 유예당한 몸
솟구칠 감성도 없는데
차갑고 섬뜩한 달빛은
한사코 달려들어
눈에서
반짝이는 즙을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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