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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이구재] 어느 少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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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20회 작성일 11-01-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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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보름날 달빛 보다 밝은 쥐불울 논두렁에 놓았다네
그 일은 해마다 소년의 소관이었네
쥐불 놓은 논두렁에 연두빛 풀잎 돋아 오르면 찰콩 메콩 동부종자를
손가락으로 찔러 꽁꽁 심었다네.

찰콩 메콩 자라서 잎 그늘지면 방아깨비 쌍쌍이 풀각시처럼차리고 나와
분홍 콩꽃 옆에서 까딱까딱 인사하며 꽃놀음 했다네.

콩꽃이 한창인 무렵 소년은 논두렁에 홀로 나왔다네.
색구슬 하나를 왼쪽 눈에 대고 오른 쪽 눈을 살큼 감으며
하늘을 본다네.
콩꽃 빛깔처럼 고운 별들이 한없이 많은 걸 본다네.
소년은 꽃 놀음보다 더 황홀한 구슬 보기를 하고 언제나처럼
국도를 건너 집으로 가려 했다네
그때의 하늘은 장밋빛이었네


횡단보도 흰 금은 어디에도 없었다네
언제나처럼 차가 달리는 국도를 가로질러 마을 어귀에 들어가야 했다네

소년은 호주머니 속에서 구슬 부딪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고 누웠다네
콩꽃 빛깔보다 고운 피가 소년의 몸에서 흘렀다네
구슬속에 보이던 별빛보다도 고운 빛깔로 피는 품어졌다네
엠브란스 시트에도 소년의 피는 고운 고운 빛깔로 번졌다네
논두렁의 콩꽃과 소년은 헤어졌지만
서로 같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네


소년은 성스럽게 견디며 수술대 위에 뉘어 졌다네.
달빛보다 밝은 쥐불을, 풀각시 같은 방아깨비를, 붉게 만발한 콩꽃을,
구슬 속 별꽃들을 찬찬히 생각하고 있었다네

감겨진 눈은 후라쉬로 비춰보아도 움직이지 않았다네,
수술대 위에서 소년의 몸에는 바늘구멍이 났을 뿐이었네
자신있게 의사는 그것을 붕대로 감추었다네.


병원의사나 다른 누구도 소년의 죽음을 유예 시킬 수 없었다네
소년의 감긴 눈 속에서는 풀빛 방아깨비와 콩 꽃과
유리구슬 속의 황홀한 별들이 살아서
날개를 직조 하고 있었네
하늘이 장미 빛이었을 때 소년은 구슬 속 별나라로 날아갔다네

그리고 산 자는 그가 남기고 간 산소를 호흡하며 살 것 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