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이구재] 꽃을 꽂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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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꽂는 일은 아름다움을
곱으로 주는 기쁨인 줄 알았다.
뿌리 잘리고 밑둥 지져진 채
숨죽이고 있는 꽃꽂이 소재들
죄지은 행실 고문하듯
자르고 꺾고 못 박아서
침봉에 붙박아 놓고
대여섯 걸음 물러나
조형을 본다.
쓰라려라 못 박힌 자리
그렁히 고인 아픔의 즙
고통도 명랑하게 참는
꽃의 혼불 앞에서
꺾이고 잘리고 못박히는 형벌
삭히지 못한
내 몫의 죄인 것을
지천명을 넘어 이제사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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