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이충희] 겨울 대관령에서 한 사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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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관령 기슭 마을에 들어
절절 끓는 아랫목에 등짝 붙이고
몸 속 누린내 말짱 걷어내고
한 사나흘
죽은 듯이 잠만 자다 오고 싶으네
창호지 문틈으로 눈 냄새 스며들면
느릿느릿 일어나
가슬해진 손바닥 들여다보면서
남의 일인 듯 무관해 하면서
내가 나를 풀어놓아 종적을 알 수 없는
마냥 하릴 없는
맥 놓은 룸펜처럼
한 사나흘 실종되고 싶으네
아니지 그게 아니지 실연당한 여자처럼
시름시름 열병 앓다 툭툭털고 일어나
해쓱한 얼굴 아득해하면서
그렇게 한 사나흘 꿈결이고 싶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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