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이충희] 수장水葬에 관한 보고서
페이지 정보
본문
한 여자를 수장하러 갔었네
아주 오래 전에
그래놓고 까마득 잊었네
어쩌다 홀연 떠올리곤
잘 있는지 단지 그게 궁금해
강을 가로질러 물속으로 잠입했네
한여름에도 얼음 속에 갖혀 있는
그래서 썩지 않는 여자
손은 따뜻했네
빙어의 몸을 빌려 말갛게 헤엄치는 여자를
몰래 꺼내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적막했네
얼음 속 물길을 터 유영할 수 있게 한 일
이쪽의 나를 완벽하게 위장한 일
일탈의 가능성을 안도하면서
한 여자를 몰래 꺼내보고 그냥 왔네
노을이 아름답다는 변산반도 어디를 지나
해당화 꽃빛 해쓱히 사위던 어느 날
- 이전글[시-이충희] 푸르른 월담 혹은 장엄 11.01.05
- 다음글[시-이충희] 기대수명 자동 계산기 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