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이충희] 푸르른 월담 혹은 장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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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차단 벽 틈서리로
여리디여린 순 내밀어 잎 틔우고
애면글면 뻗어나간 담쟁이덩굴
훌쩍 담을 넘어 푸른 영토를 열어놓은
저 당당한 월담
죽을 힘 다해 치루는 소임 기특치않으리
묵묵히는 이런 경우를 이르기도 한다는 걸
힘들다는 말 헤프게 쓰지말아야 한다는 걸
세상만물이 다 스승으로 계시다는
곡진한 말씀을 덤으로 새기며
스치듯 지나며 바라본 푸른 생기가
내 안의 부정을 쓸어가는 내내
초록이 허무는 경계를
푸르른 장엄을 합장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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