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김춘만] 상추씨 속의 작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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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판에 구부리고 앉아
씨를 넣는 사람은 의심치 않는다.
한 알 한 알 흰눈 틔운 상추씨가
자기만한 하늘을 만들고
푸른 잎을 구름처럼 띄울 것이란 걸.
식도암 재발
다시 도진 시련 앞에서도
작은 씨들의 속내를 어찌 그리도 잘 알아채는지
햇볕을 가려주고
물을 뿌리며 시간을 기다린다.
사람도 풀도 저마다 제 하늘 이고 가는 것
나에겐 나의 하늘이
저것에겐 저것의 하늘이 있어
넘나들 수 없다네.
싹이 트고 잎이 자라는
저것들의 하늘은 해가 중천인데
나의 하늘엔 노을이 저만치
그래도 할일이 많아.
나무 핀셋으로 한 알씩 잡아
상추씨 넣고 있는 순박한 농사꾼
상추씨 속의 상추 잎만 한 하늘을 열다가
그 하늘 속에
당신 구름 몇 개 띄우는
저 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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