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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김춘만] 네가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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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7회 작성일 11-01-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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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사학년 영식이는
스무 살짜리 재택학습아
눈빛만 살아 있는 천사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아들
말도 못하는 아들
휠체어에 태운 엄마와 함께 첫 등교 했다.

운동장이 바다만큼 넓어 숨이 찬가
한가운데서 하늘을 보다가
교실로 들어섰다.
예방접종 받으러 왔다.

손을 내민다.
양초가락 손목 끝에서 시작하는
다섯 줄기의 교신이 따뜻하다.
한번도 거짓을 만들지 않았던 눈동자

반갑다는 인사도 아프다는 눈 찡그림도
하지 못했는데
‘참 기분 좋다네요.’
그 눈빛으로 모든 걸 알아채는 어머니
당신도 천사다.

어머니와 네가 머물었던 자리
한줌 햇볕이 소복하고
교실은 오랫동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