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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김춘만] 가슴에서 뛰는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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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60회 작성일 11-01-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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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하나
터벅터벅 걸어 다니고 있다.
휘적휘적 걷는 그의 발길에
누렇게 익은 벼 포기가 쓰러진다.

그는 알았다.
자신을 세우고 있는 것은
뼈와 살과 함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비워지고 채워지는 논바닥의 물 같은 것이란 걸.

보이지 않는 것
만져지지 않는 것
그것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무심하였더니
밥을 위한 벼가 자라는 가슴
그 속에서 아주 은밀하게 고라니 큰다.

한점 구름 속에 스며들었다가
달빛 그림자 저 혼자 여 닫기는 밤이면
벼 포기 눕히며 고라니 뛴다.
겅중겅중 뛰다가 가끔 돌아보는 눈빛이라니.

논바닥의 물을 잘박거리며
논두렁을 넘나드는 청량한 동물이여
너의 쉽게 놀라는 본성에는
눈물도 몇 방울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