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김춘만] 개망초가 걸어가는 길 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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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지고
여름 꽃은 이른 지금
개망초만 지천입니다.
그것이 바다 보이는 길섶을 지나고
개울을 건너
산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는 개망초가 흩여 논 내음에 머리가 아뜩합니다.
산나리가 드믄드믄 모여서
개망초가 걸어가는 길목에서 고개를 숙이고
이 소리 나지 않는 발걸음에
인사를 나눕니다.
매년 한 번씩 지나가는 이 발걸음을
어느 해는 눈이 아프게 바라보기도하고
또 어느 해는 눈치조차 차리지 못했는데
올해 이토록 그 발걸음 한없이 바라보는 것은
당신의 환한 모습
저쪽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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