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호2010년 [시-김춘만]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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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지붕에 걸치고 아버님이 오르신다.
지붕 꼭대기 오르내리는 덴 아직은 내가 낫지야.
장성한 아들을 올려다보게 하고
일흔일곱 아버님이 손보시겠단다.
한단 한단 오르시는 아버님이 가볍다.
우두커니 사다리를 붙잡고 서서 아버님의 무게를 느낀다.
하늘이 맑다.
맑은 하늘로 그대로 솟구칠 것만 같은 아버님
아버님은 아들을 딛고 어지럼을 밟는다.
기억 하시는가 정정하시던 날
사다리를 붙잡아 주며 어린 아들 오르게 하던 일
그날도 맑았다.
사다리를 붙잡고 서로를 오르게 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짤막한 시간들이
오래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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