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0호2010년 [시-김춘만] 장지(葬地)에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9회 작성일 11-01-05 13:05

본문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막이 내리고 있었다.

함경도 학성 학남 사람들의 공동묘지가
강원도 속초 장사동으로 떠내려 왔다.
그 언제던가
한 번 닫힌 땅 문은 까닭 없이
열리지 않은 빗장 지른 세월
어쩌다 생면부지 이곳에 밀려와
퍼렇게 얼어 버린 손등 위에
속절없이
펑펑 눈물 같은 눈은 내리는데
왜 이리 안개만 가득한가.
흐려진 시력을 문지르며
산허리 올라서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더기 무더기로
저마다 말 꽃을 피우며
모닥불을 올리는데
그 위를 하얗게
재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