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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박명자] 우리집이 기우뚱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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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86회 작성일 11-01-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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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요즘 이상해졌다
이리저리 기우뚱 거린다
집안의 가재도구들도 낮게 흔들린다
한 번지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내 집의 습성
떠 다니면서 비로소 자유롭단다

지상의 등불 한 점 비추지 못하고
어둠속을 헤짚고 다니는 내 집의 창들
무릎 관절을 흔드는 네 기둥도 수상하다
깊은 밤 윙윙 우는 적벽돌이 겁난다

집과 나 사이에 팽팽하던 침묵도
드디어 와해되는 것일까

혼자의 울음을 감춰두던 다락방도
익명의 어둠속으로 흘러 버렸다

집이 기우뚱 거리다가 일조권에서 벗어나자
안식을 잃고 나는 이제 고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