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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박명자] 혁명을 모의하는 아침바다 크로키(Croq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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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11-01-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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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성난 오늘 나의 바다.
아침을 열어주는 모든 물상들은
칼끝처럼 일제히 뾰족한 주둥이를 모은다

파도의 에너지는 한 정점을 향하여
날카로운 원추형을 이루더라
<갈매기. 수평선. 아침노을 >
먼 산문들이 캄캄하게 닫힌 새벽 5시 15분
동해는 먼저 깨이고 지구는 크게 뒤척이고
몇몇 해신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바위 뒤에 숨어 혁명을 모의하고 있다
아침 노을도 해산 비릿내 질펀한 모래톱에
한 동이 선혈을 쏟아 부었다

수평선을 먼저 가르고 비상하는 바닷새들은
알파벳 문자로 의문의 암호를 빠르게 타전하네

바다 심층에서 누가「쿵 쿵 쿵 쿵」올려딛는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비단 지느러미들이 줄줄이 그쪽으로 모여든다
어로저지선 저쪽에서는 아가미 펄럭거리며
깃발들고 흩어지는 어족의 군단…
이즈음 수초들 조차 이상한 낌새를 감지하며
유연한 춤사위로 가까이 가까이 다가온다
되풀이되는 성난 파도의 입질…

오리바위 위에서 산산이 깨어지는 파도
낱낱이 천구슬 만구슬이 되어 사라진다

내 옷자락에 어느새 혁명의 핏방울이 점점이 튀어 오른다
바다에 뿌리 내린 조선 소나무들은
최후의 심판을 조용히 응시하며 무릎을 꿇는다

아침 동해 크로키 한 컷은 그렇게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