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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시-박명자] 태양의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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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70회 작성일 11-01-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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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두렵고 무서운 형벌
여름 한 낮 태양의 파편들이 머리 위에 쏟아지네
죄없이 벌받는 나무들 바위들 농부들…
드디어 이 강산 심판의 날이 다가 왔나봐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 한다네.
 
죄진 만큼 각자 앞으로 벌을 가하려는 하늘의 낌새
천지는 지금 태양이 흘린 혈흔으로 지글지글 끓는다
불똥이 팡 팡 튄다
 
투명한 나의 유리잔은 태양의 분신을 잡아 모은다
투명체를 가만히 흔들어 본다
꿈틀꿈틀 태양 조각들은 모자이크 무늬결로 살아 있다
 
꺼벙한 나의 표정 위로 숫자들이 47. 19. 83. 99
깜빡 깜빡 지나간다
약속의 시간들이 울렁울렁 흘러간다
유리잔 잡은 손에 쥐가 난다. 멀미가 났다
 
유리잔을 거꾸로 세워 본다
몽땅 내용물을 쏟아 놓는다
 
천지 개벽을 꿈꾼다
 
저쪽 어둠의 외연으로 쳐박히는
나의 태양
나의 우주. 나의 바다 . 나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