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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특집 시-최명길(시인)] 갈뫼산—‘갈뫼’창간 마흔 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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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46회 작성일 11-01-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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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를 지었다.
이 땅 어디에고 없으나
이 땅 어디에서 보아도 볼 수 있는
매우 큰 산
어떤 이는 흙 한 삽을 놓았고
어떤 이는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어떤 이는 바위 한 좌를 옮겼다.
어떤 이는 솔채꽃 한 송이
어떤 이는 구름 한 채를 드리웠다.
어떤 이는 밧줄을 타고 그 산에 올랐고
어떤 이는 그 산에서 세상을 보았다.
어떤 이는 그 산을 안고 잠들었고
어떤 이는 방황했다.
어떤 이는 절망했다.
세상의 모든 산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허물어져 낮아지지만
지은 산은 지었고 짓고 있으므로 자꾸 높아간다.
‘갈뫼’라는 산,
나는 국외자로 나와 앉았으나, 그 산
멀리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다.
아니 그게 아니다.
내 마음 속에는 그 산을 이룬
조그만 흙뭉텅이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길을 가다가도 가끔씩 멈칫댄다.
쓰디쓴 한 잔 독주, 그 독주향 같은 시의
비밀스런 첫발자국을
거기서 떼었기에

| 편집자 주

갈뫼 창립 회원이신 최명길 시인님은 창간호 이후 10집까지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1940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하였으나 속초를 제 2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산과 설악을 사랑한다.
1975년『현대문학』으로 등단 한 이후 시집《화접사》, 《반만 울리는 피리》, 《은자, 물을 건너다》,《 콧구멍 없는 소》와 명상시집《바람 속의 작은 집》등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갈뫼를 시적 고향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