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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2010년 [특집 수필-노광복(속초문화원장)] 벚꽃에 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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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301회 작성일 11-01-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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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꽃의 계절이다. 개나리, 복숭아, 살구꽃, 라일락, 진달래, 목련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형형색색 물들이며 봄기운을 전해준다. 이들 봄꽃들은 한겨울의 지루했던 삶에 생기를 넣어주고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밝게 빛내주는 봄의 전령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꽃들 중에 가장 화려하게 피는꽃이 있다면 단연 벚꽃이 제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며칠 전 한국전력 속초지점에서 벚꽃 개화기를 맞춰 벚꽃 축제 행사를시행한다는 홍보요청 문안을 받고 한전속초지점 정원에 늠름한 자세로 위용을 자랑하는 고목 벚나무 세 그루의 역사와 수령을 살펴보았다.

  속초시 동명동(옛 읍 당시 2구) 258-1번지에 자리잡은 한전지점의 터는 원주민인 故김정기 씨의 밭(田)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철도국에서 매수하여 사택을 건축하면서(지금도 사택 부속건물이 인근에 일부 있음) 기념식수로 벚나무 세 그루를 심은 것이 오늘날까지 생존해 오고 있다.

  철도 동해북부선이 1937년 12월 1일 이북 안변에서 속초까지 운행되었는데 철도국 사택도 이 때에 건축되었다고 보면 기념 식수한 벚나무의 수령은 고희(古希)를 넘었을 짐작할 수 있다.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의 벚나무가 수령이 60년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한전의 벚나무는 속초시가 보호해야 할 고귀한 나무이기도 하다. 또한 수령이 가장 오래된 것은 물론 지형상 양지바른 곳이어서 제일 일찍 화려한 자태로 꽃을 피우기로 유명하다.

  그런만큼 속초에 거주했던 지금의 6,70대의 속초 주민이라면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그때 그 시절 봄나들이 할 때 이곳 벚꽃 아래서 찍은 사진 한 두장을 지니고 있으리라.

  수복탑 앞 오성식당 자리에서 주유소 위까지 경사진 언덕과 철길을 넘어내려가면 분홍빛(연두빛) 대형 우산모양과도 같은 세 그루의 벚나무가 봄처녀가 새옷으로 단장하듯 너울을 쓰고 청춘남녀를 반겨 주었고, 이곳에서 함께 손잡으며 벚꽃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내뱉던 공간이 한전 지점의 정원이다. 당시 5,60년대에 바닷가는 황폐하고 황량하였기에 지금같은 모래사장의 낭만과 즐거움을 찾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때이다. 그런만큼 자연의 즐거움이 있는 이 곳, 정원과 보광사와 범바위와 호숫가가 함께 하는 영랑호 일대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많이 애용되었다. 또한 어른들이 음주와 가무로 화전놀이를 하는 유일한 휴식처이자 안식처이기도 했다.

  매년 한전 속초지점 정원에서 펼쳐지는 벚꽃축제 소식을 접하다보면 이런 추억들이 만개하곤 한다. 놀거리와 낭만이 부족했던 그 시절에는 한전속초지점 정원의 벚꽃들이 봄기운을 전했지만, 지금은 설악산과 새롭게 단장한 중앙재래시장, 영랑호 호반에서 4월 26일부터 양일간 열리는“제4회 화랑영랑축전”이 속초의 봄을 알려준다. 속초의 봄은 그 옛날보다 훨씬풍성해졌고, 그만큼 아름다운 봄이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 올해도 벚꽃처럼 화사한 즐거움이 계속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약력

1943년 5월 10일생. 속초고등학교 졸업. 속초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역임. 속초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회 부위원장. 속초시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장. 속초시사회단체협의회 위원. 속초시립박물관 자문위원. 설악문화제 부위원장. 2008년 평화통일 대통령 개인표창. 속초문화원 원장(11대, 12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