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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수필-최월순] 내 날개를 거친 사포로 문질러-디오도어 루빈의 『절망이 아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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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99회 작성일 12-01-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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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인 디오도어 루빈은『 절망이 아닌 선택』을 통하여 여러 사람들이 삶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갈등과 절망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며, 실례를 통한 치료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변호사가 된 기계조립공과 화가가 된 사무원의 치료과정이 서술되어있다. 그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자아가 원하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들의 진정한 욕구를 깨닫게 되고, 그들이 그 욕구에 부응한 선택을 하였을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기계조립공은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가정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늘 불안하고 우울함을 느낀다. 그는 늘 우울해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과정에서 그 우울의 원인은 매우 이지적이며 창의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이 너무나 단순하고(매일 공장에서 기계조립하고, 동료들과 술 마시고) 저급한 환경(수준 낮은 가족간의 욕설, 싸움 ) 속에 살게 되면서 자기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깨닫지 못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다가 잠재되어 있던 자아가 보내는 위험신호를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새로운 공부시작, 독서, 어학훈련)를 하면서 가족을 포함한 주위 인물들과의 불화를 만나게 된다. 결국 이혼을 하고 가족들과 결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혼과 결별을 통한 위험과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향상시켜 신분도 향상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향유하면서 행복하게 살게 된 것이다.

 

결국 절망이 아닌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하고, 좋은 음식과 좋은 음악을, 좋은 장소에서 즐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과 모습이 다를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환경에서는 다른 모습의 분노로 표출되거나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또 다른 치료의 예에서 화가가 된 사무원의 이야기가 있다.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으나 화가라는 직업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한 부모로부터 자신의 꿈을 거부당하고 자신이 원하지도 않던 사무원으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던 그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사무원이 되었고, 결혼을 하고, 평범한 일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를 살아있게 만든 것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우울함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알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게 되고 결국 자기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것은 그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도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깨닫고 새로운 선택을 했을 때 그가 만나게 된 절망적인 상황은 극복해야만 할 힘든 과정이었다.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다가 자아의 위험신호를 받아들여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을 때 자신이 직면해야할 주위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평생토록 그 주위를 불안하고 우울하게 맴돌게 되었을 것이다.

 

세속적인 눈으로 볼 때에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것이 그 자신의 자아가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결코 즐겁고 행복한 삶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눈물을 훔쳐 먹다*

 

니체가 들려준 영겁의 이야기에는 내가 지금 이 순간 그대를 만난 것은 이천오백만 년 전에 이미 일어났던 일이며 이천오백만 년 후에도 다시 일어날 일이라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전형이 이미 생겨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 어쩌면 허공에 눈 흘기며 제 삶을 원망해도 이천오백만 년 전에 이미 일어났던 일은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내 마음이 변한다면 그대의 눈물을 훔쳐 먹는 내 삶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내 몸엔 이미 이천오백만 년 전의 삶이 그대로 새겨져있어 흐르는 시간 속으로 되풀이되는 일일뿐.

 

말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 그럼에도 내 날개를 거친 사포로 문질러 핏빛으로 단련하고 달빛 같은 윤을 내면 내 몸에 아로새겨진 기억이 지워질까 그대의 눈 속에 대롱 같은 입술을 찔러 넣고 나는 감히 그대의 꿈같은 향기 속에서 생각해 본다네.

 

사람들은 자신에게 타고난 팔자가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팔자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며 복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진정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선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고 자신의 날개를 거친 사포로 문지르는 고통과 실패를 두려워하지않아야 한다.

 

인생은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 뿐인 인생, 진정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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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는 새의 눈 속에 있는 염분을 먹고 사는 나방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