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수필-최월순] 환각의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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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었네
일생을 바쳐온 시간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솜털 부스스한
쑥을 캐던
기억 속의 들길을 걷는다
꿈이었을까
내 몸에 날개가 돋아
그대
그리운 나라로 가네
잊고 싶은 것은 잊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기억할 수 있을까
봄날에 떠오르는
환각의 나비
노인은 어쩌면 먼 기억 속에 있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살았었던 행복했던 시절의 생활을 찾아간 건 아닐런지요.
잊고 싶은 것은 잊고, 자신이 갖고 싶은 기억만을 가지고 살고 싶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어머니의 영혼은 아름다운 날개를 단 나비였는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가면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 견딜 수 없는 마음이 될 때 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온전히 제 정신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새 설악엔 꽃물이 들고 바다엔 싱그러운 해초 내음이 가득합니다.
그대가 늘 그리워하는 동해 바다를 언제 보러 오시려는지요.
언제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만날 때까지 안녕히.
목련꽃 그늘이 환한 봄날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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