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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수필-서미숙]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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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49회 작성일 12-01-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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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 선가 다들 모여서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항상 나는 어디서든 가장 연장자가 수저들 들지 않으면 바로 수저를 들기가 영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연장자고 뭐고 먼저 먹기 시작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차츰 그들의 생각에 묻혀 갔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해봐도 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1년에 한 두 번씩 A모임에서는 바베큐 파티를 한다. 다들 남자들은 고기 굽기 바쁘고 엄마들은 아이들 챙기기 바쁘다. 그 중 나는 고기 구울 일도 없고 아이들 챙길 일도 없다. 그러나 항상 난 내입으로 고기가 들어가기 전 가장 연장자이신 회장님의 입에 한입 챙겨 드리고 나서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 년에 두어 번씩 식사 모임을 갖는다. 그때에도 맛있는 요리라든지 많지 않는 요리가 있다면 항상 회장님 것을 덜어 놓은 뒤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들 요즘 사람들은 그러기 쉽지 않다.


작은 모임에서 조차도 빵을 사서 먹는데도 난 연장자가 먹기 전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누가 있건 없건 먼저 먹고 난 후 드세요, 드세요. 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야단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연장인 분을 뵐 땐 낮이 뜨겁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컫지 않았던가, 그것은 이젠 옛말이 되어있다.


나는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아버지한테 콩자반으로 젓가락 교육을 받았다.


그 콩 한 알을 한 알 한 알 집어서 아버지한테 보여야 했다. 그 콩알을 집지 못하면 아버지는 젓가락으로 검지를 탁탁 때리셨는데 그 아픔에 혹 내 손가락 관절이 안 좋지는 않나 하면서 아버지를 원망 한 적도 있으니 나에게 있어서 그 콩자반은 지옥의 콩인 것이다. 그이후로 밥상에서의 콩자반은 나의 가장 싫은 반찬이었다.


그래 난 지금도 콩을 싫어한다. 밥에 절대 콩을 넣어서 먹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젓가락질은 아주 완벽하게 하지만 우리 아이들한테 그 힘든 젓가락질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도 큰아이는 호기심이 많아 젓가락질을 배우려고 덤벼들었기에 정확히 하지만 작은 녀석은 아직 서툴다.


가끔 많은 지인들과 밥을 먹을 때 나이 지긋하신 분이 젓가락질을 못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괜히 천해 보이고 무식해보였는데 지금은 일상에서 그 젓가락질이 떠나진 오래이다.


과연 요즘 세대아이들 그리고 우리의 후 세대 사람들은 얼마나 제대로 젓가락질을 할까?


그것이 사는데 있어 많이 불편하지 않고 별 볼일 없이 별 호응을 받지 않고는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더구나 밥상머리에서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드는 행위 그리고 음식 앞에서 나보다 연장자보다 먼저 드세요. 하지 않고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난 아직도 아주 불쾌하다.


그러나 그 불쾌함은 겉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만 속으로 못 마땅해 할뿐이다. 나도 예의에 대해 그들에게 야단을 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대의 흐름이 그렇게 되기 때문에 그것으로 나의 불쾌함을 표시 했다면 난 왕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속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만 할뿐.


그래도 한번은 모임후배들에게 야단을 친 적은 있다.


아직 회장님이 오시시도 않았는데 벌써 밑반찬들을 다 먹어 그릇을 비운 후배들에게 뭐라 무안을 준적은 있다. 다시 상을 봐달라고 주인장에게 부탁을 드렸지만 나중에 그 주인장이 하시는 말 요즘 젊은 엄마들은 회장님이 오시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반찬을 다 비워버리다니 예의가 없다고 나한테 귀뜸을 해주었었다. 그 당시는 반찬이 많이 나가 아까워 더 주기 싫은 마음에 나한테 후배들 욕을 하는가 싶었지만 내생각과 같은 그가 지금 생각하면 더 예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후배들은 아직도 그런 사소한 것을 기억할까.


아니 그이후로는 그러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직도 몇 몇 친구들은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


빵 한 조각이라고 어른먼저 드리고 먹는 게 난 당연지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배우며 살아왔다.


아버지 앞에서 절대 수저를 먼저 들지 않던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짧은 반바지 한 번도 입어본적 없는 난 여름에도 거의 짧은 반바지를 입지않고 산다.


그러나 요즘 젊은 애들이 입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여 나도 하나 샀지만 허연 허벅지 살을 허옇게 내놓고 다닐 용기는 아직은 없다. 언젠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시도는 한번 해보고 싶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다.


겨울이야 레깅스를 입고 부츠에 많이 입고 다닌다 하지만 아직 용기는 없어 사놓은 반바지들이 옷장에서 놀고 있다.


언젠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시도 꼭 해보리라.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 많은 이들은 꼭 어른먼저 챙기는 아주 예쁜 후배들도 많다.


한번은 학교 수업 후 방학 때면 쫑파티를 한다. 거금을 들여 피자를 몇판 샀다.


아이들을 먼저 주고 먹던 습관이라 나도 어느새 한 조각씩 아이들을 나눠주고 있는데 한 녀석이 달려와 먼저 받는 아이들에게 제지를 하고 있다.


“왜 그래?” 하였더니 선생님 먼저 하시는 것 아닌가 너무 신통하여“ 너가 이런걸 아니” 하면서 가장 큰 것을 골라주었다. 역시 다른 아이들은 받자마자 입으로 가져가기 바쁜데 그 녀석은 나만 바라고보고 먹지를 않고 있었다.


아차, 싶어 내가 한입을 먹으니 그때서야 맛있게 먹던 그 녀석을 난 분명 훗날에 아주 잘될 놈이라고 환호를 부르고 싶었다.


서울 전철 안에서 자기 아이를 예쁘다고 만졌다고 할머니를 폭행한 사건이나 보험 때문에 자기 부모를 살해한 사건들이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막말을 일삼고 있기에 좋은 말로 타이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폭행을 당할지 모르니 말이다.


학교에서도 머리를 툭 쳤다고 폭행으로 경찰에 선생님을 신고하는 아이들이나 조그마한 야단에도 눈을 부라리며 대들기 일쑤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예절까지 변해가야 할까 난감하다.


내가 나가는 H 학교는 아이들이 인사를 너무 잘한다. 복도 멀리에서 만나도 꾸벅 인사를 하며 그냥 두 어 번 지나쳐 가도 꼭 90도 인사를 한다.


너무 잘 교육을 시킨 것 같아 그 학교 관계자 분들이 존경스럽기도 했다. 반면 어느 학교는 너는 누구냐 식으로 말똥말똥 쳐다보고 쓰윽 지나간다.


난 수업을 하기 전에 아이들한테 꼭 배꼽인사를 내가 먼저 하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인사를 일일이 시키고 수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인지 처음에는 머쓱해 하고 고개만 때로는 말로만 했던 인사들이 차츰 자연스럽게 미술선생님은 늘 인사먼저 해야 하고 그것도 배꼽인사 해야 수업을 시작 한다고 인식이 되어버렸다.


저들도 실실 웃으며 성의 없게 하던 인사들을 이제는 제법 잘들 한다.


인사는 어디가도 참 필요한 예의이다.


어른을 보면 인사는 기본이며 고개를 숙이면서 하는 인사법은 당연 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인권이네 뭐네 하면서 매가 없어지기 시작하고 때리는 것이 학교에서 금지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서서히 버릇이 없어지고 존경심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폭행과 적절한 매의 훈육은 엄연히 다른데 왜 그런 것들이 배제되어야 하는지 가끔은 이해가 안 간다. 민주주의, 민주주의 는 어떤 것들이 민주주의 인가 또 인권, 인권은 어떤 것들이 인권인가 가끔 알 수가 없다.


나의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도 우리들을 키우시면서 한 번도 매를 드신적은 없다. 아버지한테 맞아본 기억도 없고 심하게 욕을 들어본 기억도 없다.


천상 양반이셨다. 딸들이라고 해도 한문도 많이 알아야 한다 하고 예의범절을 배워야 한다고 하시며 천자문이며 명심보감을 달달 외우게 하셨다.


그 시절에는 아버지한테 직접 대들지는 못하고 갓 쓰고 한복입고 사시지 하면서 우리 자매들끼리 아버지의 양반 타령에 항의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 당시 항의를 안 한 게 얼마나 천만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인지 우리자매들은 다 예의도 잘 알고 젓가락질도 완벽하게 잘한다.


우리는 아무리 시대가 첨단의 길을 걷고 우주를 다녀오는 시대로 변해 가더라도 우리는 예의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너무나 버르장머리 없이 키운 개는 주인도 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훈육으로 매를 들어서라도 자신의 자식들은 기본으로 예를 가르쳐야 한다.


난 엄마들 수업을 하면서 늘 이야기 한다.“ 새끼 잘 키워야 한다, 잘 키워야 해” 그렇게 수업을 해서 인지 엄마와 아기랑 수업에서는 그 아이들이 다 나와서 배꼽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얼마나 이쁜지 우리 자식들은 다 모두가 예뻐하는 아이들로 키웠으면 참 좋겠다.


그것은 얼마만큼의 부모 무릎에서 예를 가르치나 에 달려있다.


점점 한민족 동방예의지국은 잠적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세계를 달려가는 다문화 가족들을 맞이하면서 사는 세상이 되 가고 있고 로봇이 청소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배제 되지 않아야 할 것은 예 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하면서 배꼽인사를 가르치는 나를 오늘은 칭찬하고 싶다.


여러분도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