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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양양덕] 겨울,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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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87회 작성일 12-01-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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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악산


노크도 없이 어둠을 열고
세상 허파를 씻어내며
먼 길 달려 새벽이 온다


파르스름 설악이
커다란 아그리파 얼굴로
창 너머 아침을 가르며
성큼 다가선다


산 그림자에 알몸을 묻고
깊이 잠든 나무 아래
새 풀 옷 준비하는 소리
가만 가만 번데기 꿈을 깨운다


두꺼운 외투 속에 몸을 감춘
나의 시심(詩心)
마지막 북풍 꼬리에 묻은
따스한 입김으로 일으켜다오


세월에 무디어진 정복자의 눈초리
저 무표정한, 겨울 설악
아그리파* 얼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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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리파 로마의 지도자.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