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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양양덕] 늙은 항아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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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94회 작성일 12-01-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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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항아리의 꿈


온몸이 허공이다


내가 아닌 남을 담고자
입만 커다란 허공인 채로
백 년이 갔다


깊은 땅 속 고운 살결
물과 몸을 섞어
처절하게 밟히고 뺨까지 맞은 벌건 얼굴
여러 날 불꽃으로 불살라져
사리가 되어버린 몸뚱아리


이제
그 허공에 등신불을 품었다
심심산골 맑은 이슬에
지저분한 몸 씻기운 구도자
사위어 가는 그 빈 껍질


청아한 목소리 투박한 몸 땅에 묻은 채
오랜 세월 함께 살으리라
부처가 된 노승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