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게시판 리스트 옵션
  • 검색

저녁 풍경

바람이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동네 마실 다니는데
저녁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꼬리를 흔든다

토방 앞에 벗어 던진 흙 묻은 고무신
엎어진 채 잠들고
풋감 몇 개 달린 나무 아래
흰둥이 엉덩짝 깔고 앉아
부엌을 쭝긋대는데
냉큼 냄새를 훔쳐 달아나는 바람

낫질 당한 쑥 무더기
멍석 옆에 몸 말리는데
어디선가 반딧불이 일가가
바시시 선잠 깨는 저녁

먼 기억의 잔뿌리 속
노을 아래 선 나에게
엄마의 부르는 소리 들린다

저녁이 또 다른 저녁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