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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정영애] 코르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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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93회 작성일 12-01-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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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


투명한 란제리의 그녀를 샀다
속살이 환히 비치는 그녀의 옷을 성급하게 벗긴다
얼마나 숨 막히게 조여 왔는지
마음까지 창백한, 애처로운 몸매가
골고루 가냘프다
태어나기도 전에 삭제된 그녀의 꿈
연애 한 번 못해 본 채
내게로 온 그녀는 지루한 처녀다
깃발 같은 세상과 맞서보지도 못하고 살아 온
거세된 그녀는
분명 불임의 몸일 것이다
지독한 사랑도 이별도 없이
상처 한 점 갖지 못하고 파리하게 살아온
그녀의 불행을 벗기자
팽팽히 부풀던 내 안의 식욕, 풀썩 고개를 꺾는다
통풍되지 않는 그녀의 옷을 벗기며
맨발로 헤집다 돌아 나오는 유년의 텃밭


누가 애호박들에게 잔인한 비닐옷을 입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