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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정영애] 꽃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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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77회 작성일 12-01-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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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바구니


성냥불처럼 켜진 꽃들이
축하를 긋는 순간, 나는 발화하죠


내 모가지를 똑똑 분질러 당신의 기쁨에 꽂았군요
철없이 파하 웃다 한 순간에 잘려진 목
비장하도록 과대포장해주세요
꽃처럼 아름답다는 말, 지루하지 않나요
혓바늘처럼 돋아 난 장미 가시도
한 다발의 찬란한 허영으로 피어오르기 위해서는
당신의 기쁨이 필요했어요
소멸한 생을 잠시 밟고 당신이 부풀어 오를 때
내 불행도 절정으로 향기롭지만
어쩌겠어요
포장된 웃음에도 유통기간은 있는걸요


내 웃음을 계산하지 말아요
남발된 축하가 누덕누덕 시들어가잖아요
링거 줄처럼 타고 흐르는
마지막 웃음 한 송이의 주검까지 간절하지 않나요
이제 오아시스는 필요 없어요
바짝 마른 박수소리 안고 거둔 숨들
안장하듯 저 너른 들녘에 고유명사로 뿌려주세요
두고 온 뿌리 위 잘린 모가지로 입맞춤 하겠어요
바삭한 죽음이 부서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당신의 배경이 되겠어요
결코 꽃을 벗진 않겠어요


슬픔까지도 찬란하게 축하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