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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정영애] 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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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26회 작성일 12-01-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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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

 

 

밥, 생의 달콤한 덫이었지요
밥숟가락과 더불어 첫걸음을 내딛고
고정관념 같은 이빨은 세상을 씹기 시작했지요
밥상머리에서 공손하게 욕심을 들키지 않는 일과
밥그릇이 커짐에 따라 등의 짐도 무거워짐을
후후 뜨거운 숭늉 마시듯 깨달아갔지요
밥의 양이 늘수록 아랫배엔 허욕이 불어나고
변비처럼 굳은 욕망을 배설할 때면
몸은 돌연 악취를 풍기며
다시 밥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했지요


밥통 같은 머리로 버리지도 못하고 끊지도 못하는 밥
을 향해 파리처럼 덤벼들다
뒤통수를 맞은 적은 또 얼마인지요
밥 탄내가 나도록 오래 뜸만 들이던 생(生)은
빈 솥처럼 쓸쓸하고
항상 속이 든든해야 한다며
집 나간 사람의 밥그릇도 비워놓지 않던 할머니는
세상 버리던 날도 밥 한 그릇 품고 가셨지요
어질러진 밥상 위에 말라붙은 밥풀처럼
죽으나 사나 생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지겨운 밥맛 이지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