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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정영애] 하이패스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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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27회 작성일 12-01-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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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걸


모처럼 남편과 나들이 나간 일요일
고속도로 톨게이트 지날 때
지갑 여는 나를 비웃으며
잽싸게
천 칠백 원이 차감되어 만 삼천 오백 원 남았다며
간지럽게 잔액까지 알려주는 저 여자
나 몰래 아침저녁 남편과 출퇴근하며
애첩처럼 남편의 주머니를 관리해 온 여자
한 달 동안 쓴 생활비 하나 변변히 적지 못해


수중에 얼마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물컹한 나에 비해
관계의 거리가 똑 부러진 여자
동행할 때마다 조금씩 남편의 품을 파고드는 여자
그러나 결코 남편을 조르지 않는 여자
손바닥만 한 여자
곳곳에 푸른 치마 깔아놓고
목소리만으로 나긋하게 남편을 유혹하는 여자
이미 그 여자에게 길들여진 남편의 행선지들
랄랄랄 정신없이 저 여자 치마폭에 녹아들겠지만
주머니가 바닥나면
미련 없이 내 남편을 버릴 저 년!
나도 동시에 소리친다
하이, 하이패스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