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정영애] 어떤 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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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울화
그녀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소화불량인지 아님 또 홧병이 도졌는지
며칠 전부터 꽉 막힌 가슴을 끌어안은 채
입을 봉하고 있다
물 한 모금조차 넘기지 못하는
그녀의 목, 저 아래
알 수 없는 울화 한 덩어리
그녀의 명치를 막고 있나보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향해 쏟아 붓던
식구들의 크고 작은 투정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그녀
드디어 열 받았는지
둥둥 제 가슴 쥐어뜯고 있다
뒤늦게 남편이 나서서 달랬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들과 딸이 나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온 식구가 밥을 굶어야 할 지경에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일은 막힌 저 변기를 뚫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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