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정명숙] 세월을 파는 엿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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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파는 엿장수
젊은 남자의 슬픈 몸짓
마이크 줄타기하는
간드러진 트로트가락
허공에서 혼절한다.
고속전철로 질주하는 시대
손수레 끌고 쫓다 주저앉은 넋두리
거친 입담으로 풀어내는
여장 남자의 휘감기는 치맛자락 아래
붉은 스타킹
야망이 푸르러 서럽다.
구경꾼들, 우울한 하늘 깔고
어깨 들썩일 때
나도 섞여 하나 되고 싶은 날
힘 빠진 엿가락
좌판 위에 널브러져
옛 꿈에 젖고
허공을 가르던 가위질 소리
군상들의 기억 속을 맴도는데
온종일, 엿장수가 세월만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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