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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신민걸] 섭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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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42회 작성일 12-01-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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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생


어릴 적 식구랑 간만에 절골 물놀이 갔다가
큼지막한 수탉 생목 잡아 비트는 걸
그걸 눈 동그랗게 뜨고 꾸역꾸역 다 본 후로
육식을 꺼렸다, 어설픈 섭생, 지금도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고깃점만 뒤적거리다
늦저녁 빈속에 맹술만 홀짝거린다


소가 돼지가 닭과 오리가 산 채로 묻힌다
묻은 자의 손과 눈귀가 더불어 순장된다
똥오줌에 피고름까지 꽁꽁 언 흙 흥건하게
아주 통 크게 헐값으로 살, 살 처분하신다
저게 언제 음메꿀꿀거리고 꼬꼬꽥꽥거렸나


반세기만의 내리 혹한 속 불우한 식생
거듭 커지는 문제, 진정 구제할 수 없는가
먹고 사는 이유가 뭐라 뭐라 차차 바뀌는 동안
해외에서 전국으로 한통속 빈틈없이 유통되는가
네 살점의 값은 암만 암만 아프기만 하는가
눈망울과 침과 콧김과 단말마의 댓가로


초원 위에 그대들을 그대로 두지 못한 죄
절골이나 당골 물 맑은 골골마다 버려둔
검게 그을린 슬레이트 조각이 떠올라서
천도재도 모자라고 암만 해도 구슬퍼서
양생을 위해 내 식량의 종말을 고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