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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좋겠고

수도 없이 두들겨 맞은 곰보 낯
저 먼 달빛도 오랜
달빛도 여기까지 와 내 흐린 낯에 맞대고
울타리가 낮으면 좋겠고
보이지 않아도 어울릴 테고
그래서 달빛으로 가득 찬 흙마당에 내려서
고개 쳐들고 만끽하는데
먼데 퉁소 가락 애절하면 더 좋겠고
울 안 아름드리 가지에 걸터앉아
오래오래 늙어가도 어울릴 테고
잎 번지고 버리고 눈 쌓이고 버리고
그래도 매일 매일 달빛 기다리는데
새 찾아와 지저귀고 깃들어 잠들고
버릴 수 없어 망설이면 좋겠고
떠나가도 기껏 눈빛 한 번 흔들려
달빛 닮은 눈빛
아주 오래 한 번으로 어울릴 테고
처마가 낮아서 지극히 낮게 엎드려
거기 누워 영 잠들어도 좋겠고
해먹처럼 흔들리다 떠나도 어울릴 테고
저 오랜 달빛 없어도 마냥 좋겠고
그래서 달빛도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