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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신민걸] 거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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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95회 작성일 12-01-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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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보았다


준비한 자의 느긋한 기다림이 아니다
처마 밑 바람골목에다
삼사차원 방사형 그물집 철두철미 엮고
민감한 센서 다리 팔방으로 뻗고는
거꾸로 매달려
바람의 모스부호를 해독하는
아, 기다림의 저 순결한 절정
의도치 않게 걸려드는 외계언어들
생생한 채로 칭칭 감아두고
별처럼 반짝이는 홑눈으로
끝 간 데 없는 상념의 낚싯줄 따라 간다
계절은 열록을 지나 차차차 단풍드는데
툭 끊어진 줄 맨 끄트머리에서 펄럭거리는
방황하는 우주의
오, 제발, 나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