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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신민걸] 我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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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02회 작성일 12-01-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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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來


매번 꼭꼭 챙겨보던 드라마처럼
일이 끝났다
다시 새 역할을 찾아야 한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있을까


노란 색이 비에 젖는다
노란 현수막이 젖고 노란 풍선이 젖고
노란 비옷이 걸어다닌다
줄지어 앉은 의자에 비발자국
콩콩 와 앉는다


팔씨름을 한다
승자와 패자 모두 한바탕 즐겁다
바라던 아름다운 세상이다
우리 와서 한창 놀다간 비 내리는 광장
다들 입술이 노랗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처량해지고
마냥 그리운 일만 오롯이 남아도
온몸 가득한 피멍을 감추고 달래며
아카시꽃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하니
살아남은 꿀벌 꿀벌 꿀벌 날아와
끙끙끙 기분 좋게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