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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박대성] 계란을 부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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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84회 작성일 12-01-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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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부치며


늦은 가을날의 아침
허릅숭이 아버지가 대문을 나설 때
어머니가 깨어 주던 날달걀 하나
날아오르라고 제발 좀 날아오르라고
먹이던 달걀


명절은 아버지의 늦은 귀가처럼 찾아들고
가족들이 둘러 앉아 계란을 부치면
아버지의 젖은 날개를 말리면


아버지가 날아올라
무엇이 되려하는
이제야 무엇이든 무엇에든 덤벼드는 아버지
껍질을 깨자마자
뜨거운 프라이팬으로 단박에 뛰어내리는 아버지


그러나 세상의 평지가 어디 그리 만만하신가?
몸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굳어버리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굳어버리는
게으른 아버지
들국화


아버지를 등 떠밀어 내보내기 좋은 날
일 하기 좋은 가을날
모든 꽃들 다 지고 나서야 그제야
희고 노랗게 피는
게으른 아버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