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박대성] 주전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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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처럼
무엇이 올 거라 믿고 싶은 저녁
가득해진 그리움으로 웅크린 주전자처럼
웅크림을 슬쩍 기울여 보는 사람
한 잔, 쏟아내어도 그리움
출렁이는 그리움
따라내고 따라내어도 웅크린 주전자처럼
움푹이 따라낸 자리마다 돌아오지 않는 발자국들
무엇이 올 거라 믿는 저녁
웅크림을 싸안는 어둠들
어둠 속으로 입을 삐죽 내밀어 보기도 하고
코를 뾰족 내밀어 보기도 하는
밀어낸 것들이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
그래서 한 켜 더 웅크려지는 주전자처럼
올린 두 팔도 내려지지 않아
허공에 걸린 무색의 무지개처럼 휘어버린
주전자 같은
오래된 주전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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