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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박대성]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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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32회 작성일 12-01-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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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둥근 엉덩이를 한껏 부풀려 감나무 아래 앉는다. 남자들처럼 서서 볼일을 볼 수 없다는 것에 단 한 번도 의혹을 가지지않은, 순수의 물이 아내의 몸에서 흘러 나왔다. 그 물이 스미자 감꽃이 피었다. 의혹이 없는 꽃들은 치장도 없이 잠깐 피었다 툭툭 져 내렸다. 꽃 진 자리에 감이 달렸다. 달린 감들은 모두 아내의 궁둥이를 닮았다. 치장보다는, 맘껏 몸을 부풀린 기지개나 하품 같이 볕을 받을 뿐인 둥근 것들. 익는다는 것은 결코 치장이 아니라는 것을 본다. 달게 익는 것들 중에 둥글지 않은 것이 없는 연유다.